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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에서 이전에 좋아했던 노래들 찾아서 들어보고 있다. 대개는 90년대 말에 한창 들었던 중국어권 노래들이다.
오늘도 이런저런 노래를 찾아서 듣다가 그보다 이전, 내가 중국어를 배우기 훨씬 전부터 좋아했던 노래가 하나 기억이 났다.

王杰 -忘了你忘了我(너를 잊고 나를 잊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노래는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 <热血男儿(원제:旺角卡门)>의 삽입곡이라 중화권 노래치고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제법 많이 나올 정도다.
이 영화를 내가 언제 봤더라. 아마 중학교 때였을 거다. (지금 생각하면 확실히 중학생 관람가는 아니다. 에로도? 문제가 아니라 주제가 애들한테는 너무 무겁다)
87년 작이지만 국내에 바로 개봉하진 않았던 것 같고 나는 비디오로 봤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는 한창 홍콩영화가 인기 있었으니까 아마 한번쯤은 다 봤을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바로 옆 포스터에 나오는 공중전화 키스씬이 참 유명하다. (이 씬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틀어줬다는 <你是我胸口永远的痛(그대는 내 가슴 속 영원한 아픔)>이다. 역시 같은 가수가 불렀다)
그렇지만 나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직폭력배 싸움에 휘말려 유덕화는 머리에 총을 맞고, 그 다음 씬은 교도소. 면회를 간 장만옥 앞에 있는 것은 그녀가 사랑한 사람이면서도 그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지난 날이 화면에 스쳐간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나온 노래가 <忘了你忘了我>.
이 곡이 지니고 있는 쓸쓸함의 정서가 영화에 녹아들어가 마음을 더욱 더 서글프게 한다.

 

홍콩 반환 직전의 불안함과 어두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라는 평에 걸맞게 보고 나면 마음이 스산해지는 엔딩이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남자주인공에게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것도 만난 것도 아닌 여주인공에게서 이 영화는 희망을 말하는 것일까 절망을 말하는 것일까.


忘了你忘了我

当你说要走 我不想挥手的时候 爱情终究是一场空
谁说我俩的过去尽在不言中 别忘了我曾拥有你 你也曾爱过我

当你留给我 我不想接受的伤痛 爱情到头来还是梦
别说我俩的世界有太多不同
就说你已经忘了我 你就要离开我

谁能够告诉我 我是否付出太多
就当我从来没有过 还是消失在我心头
谁曾经提醒我 我的爱没有把握
就当我从来没有过 还是忘了你忘了我


너는 안녕을 말하는데 나는 손을 흔들고 싶지 않을 때 사랑은 결국 허망할 뿐.
누가 말했을까 우리 둘의 지난 날은 말로 다 할수 없다고
내가 너를 가졌고 너 또한 나를 사랑했다는 걸 잊지 마

네가 내가 받고 싶지 않았던 아픔을 남길 때 사랑은 결국 그저 꿈일 뿐
우리 둘의 세계는 너무 많이 달랐다고 하지 마
그냥 너는 이미 나를 잊었다고 그래서 나를 떠난다고 말해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른 게 아니냐고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음 속에서 지워갈 밖에
누군가 이미 내게 말했었지 내 사랑은 가망이 없다고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를 잊고 나를 잊을 수 밖에



※ 사 족

1. 포스팅을 하려고 영화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개 알게 됐다. 국내에서 개봉한 제목 외에 원제가 따로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엔딩도 두 가지 버전이 있다고 한다. 홍콩판과 타이완판.
홍콩판에서는 유덕화가 머리에 총을 맞고 죽는 것으로 끝. 죽지 않는 버전은 타이완판(어느 쪽이 좀 더 해피한 건지 고민된다).
두 버전은 주제가도 다르다고 한다. 王杰의 노래가 나오는 것은 타이완판. 원판인 홍콩버전에서는 린이리엔과 유덕화의 노래가 나왔다고. 국내에 개봉한 것은 타이완판이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나온 DVD에서는 유덕화가 죽는데다 노래까지 이상한(?) 게 나와서 화들짝 놀랐다는 분도 계셨다. 삼가 조의를.

2. 王杰는 노래도 참 잘하지만, 쓸쓸한 사랑노래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그때 그랬단 애기다. 지금은 나이가 많이 드셨다ㅜ). 보고 있으면 내가 다 슬퍼진다.
이 노래의 라이브 버전을 유튜브에서 찾았는데 참 멋있게 나와서 첨부해본다. 이전에 오키나와에서 열린 무슨 아시아 뮤직 페스티발 행사인 것 같다. 우리나라 대표로는 무려 조용필 씨가 나와서 王杰을 소개하고 나가신다. (1분 30초부터)
일본답게 음향 좋고 王杰 아저씨는 라이더 자켓 멋지게 입고 나와 삑사리 살짝+가사 마구 틀려주셨지만 그래도 참 괜찮은 무대다.

2009/07/13 23:53 2009/07/1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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