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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5 경축! 라우라 레피스토 유로챔피언 등극
우리 시간으로 어젯밤 핀란드에서 열린 2009 유로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라우라 레피스토가 우승했다.
(다들 응?이란 반응을 보이지만 일단은) 세계 랭킹 1위^^에다 2년 동안 유로챔프 자리에 앉아 있었던 카롤리나 코스트너를 밀어내고 새로운 유로 여왕으로 등극!
여자 싱글 마지막 그룹은 꽤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결국 총점 2점 차이로 레피스토가 최종 우승했다.

라우라 레피스토는 연아양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 스케이터인지라, 어젯밤 늦게까지 중계를 보면서 어찌나 기쁘던지. 아프리카 채팅창도 피겨갤도 온통 축하하는 분위기인 걸 보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피겨팬들에게 꽤나 사랑받고 있는 스케이터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라우라 레피스토는 키이라 코르피, 수잔나 포이키오와 함께 핀란드의 대표적인 여자 스케이터 3인방이다. 작년에 핀란드 내셔널 우승(올해는 코르피에게 아쉽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세계선수권 8위, 이번 시즌 그랑프리 COC 3위 등 착실하게  좋은 성적을 쌓아가고 있다.
주니어 시절에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첫 시니어 데뷔 때 그랑프리 배정도 1군데 밖에 못받았다. 나중에 NHK 트로피에 추가배정받긴 했지만) 오히려 시니어에서  빛을 발한 드문 케이스라고 할까.


 <레피스토의 인상적인 시니어 데뷔 첫 무대. 07 스케이트 캐나다 SP>


캐롤라인 장이나 레이첼 플랫 같은 주니어월드 우승자도 고전하는 걸 보면 역시나 만만치 않은 시니어 무대이다. 거기다 '어린 게 이득'이라는 피겨 무대에서 레피스토는 88년생으로, 시니어 2년 차치고는 적지 않은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뷔 2년만에 100년 전통의 유로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니 대단한 선수다.

뭐 뜯어보면 자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였다던가, 여타 대회보다 PCS가 급상승한 감이 있다던가 흠잡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 때 연아 선수에게 쏠렸던 어마어마한 기대와 관심을 생각해보면 자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는 오히려 더 힘든 자리인지도 모르고, 또 PCS는 일명 '친콴타 PCS'라고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 카롤리나의 이번 PCS 점수(무려 60점! 연아양 수준의;;)를 고려할 때 이해못할 정도는 아니다.

레피스토가 대단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배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프로 구성한 프로그램만으로 오늘날의 위치에 올랐다는 점이다.
토룹/살코/룹/플립/럿츠. 이중에 레피스토가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트리플 점프는 토룹과 살코, 룹 이렇게 3가지 점프이다. 배점이 높은 플립과 럿츠는 성공률이 낮다. 플립은 프로그램에 넣지 않고 있고, 럿츠는 이번 시즌 딱 1번 성공했을 뿐이다. 이번 유로 프리 프로그램에서도 아쉽게 실패.


<레피스토의 멋진 3토-3토. 파워풀한 3룹를 보자. 2009 유로 SP 'Imagined Ocean'>

그러나 라우라의 토룹, 살코, 룹은 퀄리티가 무척 높다. 토룹은 연속으로 3-3까지 구사하는데다, 종종 심판으로부터 가산점 2점도 간간히 받는 명품점프다. 3-3 중에서는 3토-3토가 그나마 난이도가 낮다지만 그래도 구사하는 선수는 몇 안된다. 살코도 훌륭하고, 챙-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날아오를 듯 뛰는 룹은 참으로 멋지다.

피겨계는 화려해보이지만 항상 시끄럽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부정엣지 논란. 플러츠든 립이든 어쨌든 뛰고 보자는 심보가 난무하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그러니 이렇게 기본기 튼튼하고, 우직하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이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한 듯, 레피스토는 07년 시니어 데뷔와 함께 피겨팬의 관심을 끌면서 꽤 빠르게 '완소 스케이터' 대열에 들어섰다.


<두 시즌째 쓰고 있는 그녀의 프리 프로그램, 'Don Juan DeMarco'. 09 유로> 

레피스토의 스케이팅은 개성있다. 기본기에 충실한 성실한 스케이팅을 밑바탕에 두고, 때론 외모만큼이나 신비롭고 때로는 날아갈 듯 청아하게, 여운을 남기는 연기를 한다. 그러나 연약한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빠르고 파워풀하며, 내면의 강한 의지를 느끼게 하는 스케이팅이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라우라 레피스토라는 선수를 좋아하는, 그리고 그녀가 많은 피겨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유로에서 우승했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그녀가 늘 포디움에 설 수는 없다해도, 레피스토다운 스케이팅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사람들은 꼭 우승자의 연기를 보기 위해 피겨 경기를 보는 것은 아니다. 라우라와 같이, 최고의 자리는 아닐지라도 성실하고 개성있는 스케이팅을 보여주는 선수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09/01/25 10:06 2009/01/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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