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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1/20 [드라마] '오오쿠 - 꽃의 난' 감상 (1)

요즘 일본 사극 "大奧" 3기 <華の亂>을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2기 <권력의 시작>편을 참 재미있게 봤는데,
왠지 3기는 별로 흥미가 일지 않아 안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오오쿠는,
1기 여주인공 칸노 미호, 2기 세토 아사카
그리고 조연들까지 나름 쟁쟁한 미모들이었는데.
3기 캐스팅을 보니 주연은 암만 봐도 평범해보이는 우치야마 리나라고 하지,
이외에도 정실 역을 맡은 후지와라 노리카 제외하곤 다들 모르는 분이다.
(배역 사진을 보니 눈썹이 없는 웬 무서운 분도 계셨다.
밑의 설명을 보니 그 분은 오덴 사마. 당대의 최고 미모란다. 어이없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까지 오오쿠를 여주인공의 미모 구경하는 맛에 보았던 듯.

그런 관계로 안 보고 있다가 어느 날 하도 심심해서 1화를 구해 보고는...
흠, 히트 사극 오오쿠의 포스를 다시 한번 느꼈달까.

사실 3기는 확실히 1, 2기에 비해 전체적으로 좀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굳이 등장인물들의 미모를 따질 것 없이 전반적으로 어딘지 허술한 듯한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오오쿠'라는 폐쇄된 특수공간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권력, 욕망의 추한 아귀다툼은
허술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흡인력과 긴장감이 있다.

게다가 이 3기의 권력중심에 있는 쇼군은,
희대의 폭군 '개 쇼군'이라고 불릴만큼 어이없는 작자인지라
그를 가운데 둔 여인들의 아귀다툼은 더욱 비극적이고 처절하게 비친다.

그리고 주인공 야스코 역의 우치야마 리나.
확실히 평범하다. 1화 첫 등장씬을 보았을 때 그런대로 무난하다 싶었지만
역시 확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극이 전개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여전히 평범하지만 어딘지 그 속에 뭔가가 있다.
우치야마 리나가 맡은 역은 역대 오오쿠의 여주인공이 그랬듯
자신의 의지와는 관련없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원치않은 권력 암투에 떨어지는 인물이다.
사실 그 '운명'으로 따지면 1,2기의 여주인공은 그나마 행복한 편이라고 비칠만큼 처절하다.
그 처절한 운명을 온몸으로 감내해야하는 어려운 역인데
극단적인 상황을 오가는 연기가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슬픔,
여린 듯 하면서도 극한으로 몰아붙여질 때 발산하는 강단도 퍽 괜찮다.
무엇보다 엔딩 타이틀에서 벚꽃 아래 아련하게 서 있는 모습이 참 '일본스럽게' 예뻤다.

그리고 정실 역 후지와라 노리카.
겉으로는 우아하고 점잖지만 내면에는 누구보다도 격렬한 욕망과 애증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후지와라 노리카, 이전에 프로필에서 보기에 꽃꽂이나 기모노입기 같은 일본 전통에 능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몸짓이나 말씨가 남다르다는 느낌이다.
사실 그녀의 평소 이미지가 섹시한 여자 캐릭터가 강해서
정실 역이라는 게 좀 안 맞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참 '정실답다'.
확실히 측실들과 다른 포스가 느껴진다고 할까. 멋지다.

게다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개 쇼군'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는
후안무치의 절정, 5대 쇼군도 참 흥미롭다.
어머니와 딸을 차례로 범하는 무신경도 그렇거니와
동했다 하면 온갖 여자를 다 취하는 난잡함.
등장하는 웬만한 여자는 어김없이 차례로 다....참, 대단하십니다.

나를 놀라게 만들었던 민눈썹, 거무스름한 이빨의 '당대 최고의 미모'
오덴 사마의 얼굴에도 조금은 덤덤해졌다.
'겐지모노가타리'에서 겐지가 무라사키를 보고
'요즘 유행'대로 눈썹을 밀고 이빨을 검게 물들여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대목이 있다.
그때는 언뜻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이제 오덴 사마를 보고 어떤 모습인지 확실히 알았다.
그러고 보면 오덴은 가장 고증에 충실한 인물이 되는 셈인가.
시대에 따라 미에 대한 인식은 바뀐다지만 옛날 일본인의 미 의식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회를 거듭할수록 격렬한 대립과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전개.
3기 오오쿠, 재밌다.
시이나 링고 밴드 '도쿄지헨'의 엔딩곡 '아수라장'도 최고.
2005/11/20 02:52 2005/11/20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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