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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3 [음악] 齐秦 〈悬崖〉 (부제?-왕조현에 대한 소회)


"왕조현 비구니 되다"

지난 주 목요일인가 금요일인가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이런 기사가 떴다.
물론 곧 어이없는 오보로 밝혀진 모양이다.
하지만 본국에서도 활동을 중단한지 오래된 외국 여배우의 가쉽이
이쪽 포털 뉴스 메인을 장식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의 그녀의 인기와 인지도를 말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천녀유혼>의 환상적인 미녀 귀신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녀는
이미 오래 전 활동을 중단하고 캐나다로 건너가 자연인으로 살고 있다.
(이후 몇몇 어학연수생들이 수업에서 그녀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려오기도...
대개가 뚱뚱해졌다느니 실제로 보니 별로 안 이쁘다느니 그런 내용;;;)

처음 나온 기사에서 그녀가 비구니가 된(물론 사실이 아니지만) 이유라고
나온 것이 '오랜 연인 가수 齐秦의 결혼으로 인한 충격'이었는데.
그 순간 이 노래가 생각났다.

齐秦의 〈悬崖(절벽, 벼랑)〉.

타이완 가수 齐秦이 97년 발표한 앨범 《丝路》에 실려있는 곡이다.
그때 나는 중국에 있었는데  齐秦이란 가수를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레코드점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에 한번에 꽂혀 점원에게 물어 앨범을 사게 되었었다.
수록곡이 거의 전부 좋고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명반으로 꼽고 있는 앨범이지만
역시 가장 좋은 곡이라면 바로 이 〈悬崖〉이다.
멜로디도 좋고 무엇보다 가사가 훌륭하고 거기에 齐秦의 투명감있는 보컬이
멋지게 어우러진 곡이다.
그리고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당시 그의 연인이었던
왕조현이 오랜 공백을 깨고 출연했다.

사실 왕조현은 우리나라에서는 <천녀유혼>의 성공으로 중화권 여배우중에
인기의 톱을 달리고 있었지만, 실제 본국에서는 그리 성공적인 배우 생활을 보내지 못했다.
연기력 비판이 꼬리를 물고 다녔고 <천녀유혼> 외에 이렇다할 작품도 없었으며
따라서 인기도 그냥 그랬다. 90년 대 내한한 홍콩배우들이 우리나라에서의
그녀의 인기에 의아해할 정도였으니.
유감스럽게도 성격도 그다지 원만하지 못했던 모양으로, 국내 모 음료수 광고 출연시
불성실한 행동으로 빈축을 사 우리 나라에서의 인기를 일거에 깎아먹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그저 그런 배우' 생활에 지쳤는지 왕조현은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그런 그녀가 몇년의 공백기 후에 97년,
갑자기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컴백을 했던 것이다. 그게 바로 이 곡 〈悬崖〉이다.
나중에 어디선가 읽은 기사로는 그녀가 컴백을 결심하는데는 연인 齐秦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왕조현은 이 짧은 뮤직비디오에서 절절한 가사에 어울리는
제법 훌륭한 연기를 펼치며 이전과는 뭔가 다른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연인 사이여서 그랬는지 꼭 이 가사는 齐秦이 그녀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 같은 느낌을 준다.(물론 작사 작곡은 다른 사람이 했다)

한번 뮤직비디오와 함께 가사를 감상해 보도록 하자.
(국내에서의 齐秦의 인지도를 생각할 때 권리를 주장할 만한 단체가 없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링크를 가져온다ㅜ)



作词:许常德  作曲:季忠平

再一步  爱就会粉身碎骨 坠入  无尽的孤独
世界太冷酷  梦太投入 早习惯不能回头的付出

风在哭  当我走到悬崖 停驻 发觉  泪也有温度
生命太短促  痛太清楚 才让你  让我  爱到无退路

我不管爱落向何处 我只求今生今世共度
天已荒  海已枯 心留一片土 连泪水都能灌溉这幸福

我不管爱葬身何处 我只求陪你直到末路
月已残  灯已尽 夜黑人模糊
这一生因为爱你才清楚


이제 한 발자국이면 사랑은 산산조각
떨어지면 끝없는 고독
세상은 너무나 냉혹하고 꿈은 너무나 유혹적이지
되돌릴 수 없다는 댓가에는 이미 익숙해졌어

바람은 울고 있었네 내가 절벽에 멈춰섰을 때
깨달았지 눈물에도 온도가 있다는 것을
생명은 너무나 짧고 아픔은 너무나 생생한 것
너와 나의 사랑은 이제 막다른 골목

사랑이 어디로 향할지는 상관없어
그저 이 한 평생 함께 하고 싶을 뿐
하늘이 무너지고 바다가 마른다 해도
마음 속에는 한 조각 흙이 남아
눈물까지 이 행복에 부을 거야

사랑이 몸을 어딘가에 묻어버린다 해도 상관없어
그저 당신 곁에서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을 뿐
달은 지고 등이 꺼져 어두운 밤을 헤맨다 해도
이 생은 당신을 사랑하기에 분명해진 것을



해석이 그냥 그래서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있지만(졸업한지 10년이다;),
참 절절하다. 중국어 웹을 봐도 이 노래 가사 좋아하는 사람이 꽤 많다.
지금 우리 사랑이 깎아지른 절벽에 선 것처럼 물러날 곳이 없지만
세상이 끝난다 해도 당신만 있다면 상관없다는......그런 내용이다.

노래 가사처럼 절벽 앞에서 바람을 맞고 있는 왕조현의 표정은,
눈빛은 처연하면서도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당시의 그녀의 상황을 생각하면 마지막 장면에서 자유롭게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에선 지금까지의 고난을 딛고 사랑의 힘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그런 의지까지 느껴진다.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어둠 속에서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이 곡은 흔하지만 당연한 그 사실을 나에게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여기까지는 참 감동적이었는데,
늘 그렇듯 인생에서는 달갑지 않은 반전이 있다.
이번에 뜬 신문 기사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그 후 이 연인들은 노래 가사처럼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
나중에 기사를 읽고 뒤늦게 알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齐秦의 스캔들이 터졌다.
오랫동안 숨겨놓은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아이 엄마는 왕조현이 아니었다.
오랜 연인의 통절한 배신에 그녀가 어떤 기분을 맛보았을 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것이 원인이 되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왕조현은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 대중들 앞에서 사라졌다.
한 때 몰라보게 불어난 몸매로 찍힌 사진이 뉴스를 장식하기도 하고
이번엔 비구니가 됐다는 근거없는 뜬소문으로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다.
애석하게도 모두 좋은 소식들은 아니다.
이미 그녀의 이미지는 '커리어에서 실패하고 연인에게도 배신당한 불행한 여배우'
가 되어버린 듯 하다.

그렇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왕조현의 모습은
<천녀유혼>에서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일 것이다.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았던 그때의 그 아름다움은,
그녀가 뚱뚱해져도 시들어도 불행해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다.

달은 지고 등이 꺼져 어두운 밤을 헤맨다 해도
까마득한 절벽 끝에서 영원히 함께 할 것을 맹세했던 연인이 떠나간다 해도
여전히 사람에게는 가야할 길이 펼쳐져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옛날 아름다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불행을 견뎌내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지금 그녀가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모쪼록 불행해지지는 않았기를 마음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 곡은 나에게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준 곡에서
사랑의 허망함을 알려준 곡으로 모습을 바꿔
어쨌든 지금도 좋아하는 노래로 남아 있다.
 

2009/07/13 00:29 2009/07/1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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