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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참. 블로그에 영화 리뷰 쓰는 게 도대체 몇년 만이냐.
누가 보면 어디 영화관도 없는 오지에 몇년 살다온 줄 알겠네.
이래놓고 한참 지난 영화를 끌고 리뷰랍시고 몇년 만에 끄적이는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알다시피 작년 겨울 영화다.
요즘엔 케이블에서도 하더라. 속된 말로 쉴만큼 쉰 떡밥이란 얘기.
솔직히 이렇게 지난 영화를, 평도 한참 안좋은 이 영화를 내가 왜 봤겠냐.
당연히 요즘 뜨고 있는 '그 분' 때문이다. (내가 써놓고도 좀 부끄럽구만)
이러다가 '모던보이'도 볼 기세다. 이건 박해일팬인 내 친구도 재미없다고 했는데.


이 영화 한참 상영할 때 신촌에 포스터가 꽤 많이 붙었었다.
특히 버스정류장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학원 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싫어도 몇번이나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장르가 에로였나?'였다.
정식 포스터는 아니고 한창 흥행중에 제작한 포스터였는데, 지금 대충 기억나는 문구는 '충격의 7분 파격 정사씬'인가?
그 문구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려니 시대물의 탈을 쓴 에로냐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포스터만 보고 있으면 한때 왕성하다가 어느 틈엔가 맥이 끊긴 변강쇠나 뽕 시리즈 같은 뭐 그쪽인가 싶기도. 허나 탑급은 아니라도 주류 배우에 속하는 김민선이 나오는데 설마...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도 본 사람들의 감상은 대부분 '야해' 이 말 밖에 없어서 참 기이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이해한다. 지금 누가 나에게 감상을 물어본다면 똑같이 '야해' 한 마디 하고 그외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하리라) 뭐....결론만 얘기하면 이 영화는 나에게 그 기이함을 실감하게 해준 110분이었다.


리얼리티에 무임승차하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말이 있었다.
광고에서 하도 주입식으로 읊어댄 덕에 실제로 침대가 가구가 아니라고 믿는 어린 것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다행히 어디까지나 20세기의 일이다.
허나 만약 21세기 버전이 있다면, 신윤복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이며 드라마며 영화며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준 덕에 이젠 누가 신윤복이 남자라고 하면 증거를 대 보라고 할 판이다. 지극히 정석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발끈하며 신윤복이 왜 여자냐고 따지면, 헐리웃 유명 배우가 우리 제품을 안 쓴다는 증거는 없지 않냐 항변하던 모 화장품 간부처럼 반박해 오지 않을까.
어찌 역사를 끌어다 제맘대로 갖다붙이는데는 그렇게 주저가 없는지. 그나마 자손이라도 든든하게 남아있는 위인들은 차라리 낫다. 항변해줄 자손도 없는 위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여기 신윤복 선생님께서는 후자에 속한다. 이 비극이라니.
아니,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다. 그 분의 일생에 상상의 여지를 끼워 넣을만한 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생몰연대도 불분명, 처자식에 대한 기록도 없다. 미스테리한 인생 그 자체. 암만 팩션이라도 성별까지 바꾼 건 너무 하지 않느냐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란 작품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종족들이다. 처자식에 대한 호적 기록이라도 확실히 남아 있었다면 감히 이런 수모를 안길 엄두는 못 냈겠지만. 아무리 뻔뻔해도 김유신 장군이나 신사임당의 성별을 바꾸려는 미친 짓을 할 인간이 없는 것처럼.
그래, 이해하고 넘어간다 이거다.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못봐줄 것은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라던가, 백보양보해서 '이 작품은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자막 하나 넣는 게 그렇게 힘드냐. 실존했던 인물을 다큐로 다루는 것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없던 사실까지 지어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물론 역사적 해석의 관점은 논외다) 전화 걸어 항의도 못하고 소송도 못 거니까 죽은 사람이 만만하냐!
수용자 측에서 가감없이 믿어버릴 수 있다는 게 더 문제다. 대중문화는 빌어먹게도 영향력이 너무 크단 말이다. 어린 것들은, 아니 일부 큰 것들도 너무나 의심없이 믿어버린단 말이다. 바로 실존 인물을 다뤘다는 데서 부여되는 '리얼리티' 때문에. 이 '리얼리티'를 무임승차로 업어가면서, 지나친 상상력을 지적하면 창작물로서의 자유를 존중해 달란다. 에라이, 이런 비겁한 것들이 있나! 
창작자들은 대중문화의 창조자로서 책임감 좀 가지고, 역사학회 어르신들은 체면 깎인다고 마뜩찮아 하지말고 안내문 삽입 의무화 좀 나서 주시라. 몇년 전부터 유행하는 고대사 드라마 보고 있으면 심란하기 그지없다. (이러다간 드라마 환단고기가 나오는 사태가 날지도 모른다)


사랑이냐 에로냐
초반부는 나쁘지 않았다. 말 많았던 기녀 체위씬도 '풍속화에 파고드는 윤복'이란 관점에서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었다. 신윤복의 풍속화를 실사로 구현하여 그림과 겹쳐지듯 편집한 씬은 좋았다. -성별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젊은 거울장인 강무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치장이 다소 많이 들어갔지만 첫 정사씬도 수긍할 만 했다. 적어도 쓸데없이 끼워넣었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다. 오히려 공을 꽤 많이 들였구나 싶었다. 사전에 읽었던 악평 일색의 리뷰들이 무색할만큼 '뭐 이 정도면 괜찮네'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중반부에 들어가면서 이 영화는 파탄의 길을 걷는다.(물론 줄거리 상의 파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을 위해 무리한 전개를 끼워넣는 방법을 통해서이다. 윤복이 스승 김홍도에게 연인의 목숨을 구걸하게 하기 위해, 김홍도가 시커먼 애증과 욕망을 윤복에게 표출하게 하기 위해, 강무는 절에 놀러갔다 재수없게 풍기문란으로 걸려 능지처참'씩이나' 당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구!
이 과정에서 나오는 스승의 제자를 향한 성희롱(아니라곤 말 못할거야)은 참 기분 엿같게 만든다. 이걸 애증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려니 참 가책이 느껴진다. 불필요한 노출, 무리한 정사씬. 이걸 에로가 아니면 뭐라고 얘기하나.
이 정도 되면 속화에 빠져든 윤복의 내면적 갈등이나, 자유로운 화풍으로 인해 스승과 도화서에까지 퍼져가는 파문, 천재적인 제자를 향한 스승의 질투와 감탄이 섞인 복합적인 감정 같은 게 깊이있게 그려질 거란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그리고 그게 정답이다.    


좋은 연기 나쁜 연기
좋은 영화에 나쁜 연기는 드물지만, 나쁜 영화에 좋은 연기가 꼭 드물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미인도는 어느 쪽인지 참 모호하다.
악평 중에서는 배우 연기도 만만찮게 까이고 있었지만, 최소한 영화'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한다. (김홍도 역을 맡은 김영호 씨 빼고. 김영호 씨는 생방촬영에 시달리는 드라마 같은 연기를 보여줬다. 후반부 말을 탄 채 강무에게 긴 대사를 치는 씬은 감독이 OK한 게 신기하다)
김민선 씨는 참 열심히 했다는 게 전해졌다. 적어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한것 같다. 그런데도 좋은 연기였다고 말하기는 주저하게 된다. 그게 지나치게 서구적인 외모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이었는지, 단순히 영화가 영 별로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노력으로 봐주고 이런 거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이 영화에서 김민선 씨를 까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거 같은 압박감 비슷한 걸 느낀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게 한 김비담, 김남길 씨. 이 영화로 '선덕여왕'에 캐스팅됐다고 하는 얘기가 있는데, 그렇구나 싶을만큼 언뜻언뜻 보이는 이미지가 있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첫사랑스러운' 미완성의, 소년 같은 매력, 찰나의 반짝임을 느낄 수 있었다. '젤루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같은 현대어삘 충만한 대사에는 움찔했지만 대체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좋은 연기였다고 말하기는 주저하게 된다. 영화 자체의 한계 때문일까. 하지만 역시 배우로서는 할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추자현 씨만큼은 확실히 잘 했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마지막 가마씬에서의 연기는 흠을 잡을래야 잡을 수가 없고, 이 영화에서 드물게 빛나는 순간이다. 바꿔 말해 이 영화에 들어가 있기에는 아까운 장면이다.


결론
삼류라고 하기는 그렇고 2.5류 정도 되는 영화.
김비담 씨를 보고 싶다면 볼만은 한 영화.
추자현 씨는 자부심을 느껴도 될 영화.
김영호 씨 팬은 없는 걸로 치는 게 나은 영화.
김민선 씨의 연기 인생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영화.
영화 수익은 신윤복 선생님께 위자료로 다 드려도 모자라는 영화.

  

2009/10/02 02:14 2009/10/02 02:14
우리 시간으로 어젯밤 핀란드에서 열린 2009 유로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라우라 레피스토가 우승했다.
(다들 응?이란 반응을 보이지만 일단은) 세계 랭킹 1위^^에다 2년 동안 유로챔프 자리에 앉아 있었던 카롤리나 코스트너를 밀어내고 새로운 유로 여왕으로 등극!
여자 싱글 마지막 그룹은 꽤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결국 총점 2점 차이로 레피스토가 최종 우승했다.

라우라 레피스토는 연아양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 스케이터인지라, 어젯밤 늦게까지 중계를 보면서 어찌나 기쁘던지. 아프리카 채팅창도 피겨갤도 온통 축하하는 분위기인 걸 보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피겨팬들에게 꽤나 사랑받고 있는 스케이터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라우라 레피스토는 키이라 코르피, 수잔나 포이키오와 함께 핀란드의 대표적인 여자 스케이터 3인방이다. 작년에 핀란드 내셔널 우승(올해는 코르피에게 아쉽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세계선수권 8위, 이번 시즌 그랑프리 COC 3위 등 착실하게  좋은 성적을 쌓아가고 있다.
주니어 시절에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첫 시니어 데뷔 때 그랑프리 배정도 1군데 밖에 못받았다. 나중에 NHK 트로피에 추가배정받긴 했지만) 오히려 시니어에서  빛을 발한 드문 케이스라고 할까.


 <레피스토의 인상적인 시니어 데뷔 첫 무대. 07 스케이트 캐나다 SP>


캐롤라인 장이나 레이첼 플랫 같은 주니어월드 우승자도 고전하는 걸 보면 역시나 만만치 않은 시니어 무대이다. 거기다 '어린 게 이득'이라는 피겨 무대에서 레피스토는 88년생으로, 시니어 2년 차치고는 적지 않은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뷔 2년만에 100년 전통의 유로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니 대단한 선수다.

뭐 뜯어보면 자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였다던가, 여타 대회보다 PCS가 급상승한 감이 있다던가 흠잡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 때 연아 선수에게 쏠렸던 어마어마한 기대와 관심을 생각해보면 자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는 오히려 더 힘든 자리인지도 모르고, 또 PCS는 일명 '친콴타 PCS'라고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 카롤리나의 이번 PCS 점수(무려 60점! 연아양 수준의;;)를 고려할 때 이해못할 정도는 아니다.

레피스토가 대단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배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프로 구성한 프로그램만으로 오늘날의 위치에 올랐다는 점이다.
토룹/살코/룹/플립/럿츠. 이중에 레피스토가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트리플 점프는 토룹과 살코, 룹 이렇게 3가지 점프이다. 배점이 높은 플립과 럿츠는 성공률이 낮다. 플립은 프로그램에 넣지 않고 있고, 럿츠는 이번 시즌 딱 1번 성공했을 뿐이다. 이번 유로 프리 프로그램에서도 아쉽게 실패.


<레피스토의 멋진 3토-3토. 파워풀한 3룹를 보자. 2009 유로 SP 'Imagined Ocean'>

그러나 라우라의 토룹, 살코, 룹은 퀄리티가 무척 높다. 토룹은 연속으로 3-3까지 구사하는데다, 종종 심판으로부터 가산점 2점도 간간히 받는 명품점프다. 3-3 중에서는 3토-3토가 그나마 난이도가 낮다지만 그래도 구사하는 선수는 몇 안된다. 살코도 훌륭하고, 챙-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날아오를 듯 뛰는 룹은 참으로 멋지다.

피겨계는 화려해보이지만 항상 시끄럽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부정엣지 논란. 플러츠든 립이든 어쨌든 뛰고 보자는 심보가 난무하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그러니 이렇게 기본기 튼튼하고, 우직하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이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한 듯, 레피스토는 07년 시니어 데뷔와 함께 피겨팬의 관심을 끌면서 꽤 빠르게 '완소 스케이터' 대열에 들어섰다.


<두 시즌째 쓰고 있는 그녀의 프리 프로그램, 'Don Juan DeMarco'. 09 유로> 

레피스토의 스케이팅은 개성있다. 기본기에 충실한 성실한 스케이팅을 밑바탕에 두고, 때론 외모만큼이나 신비롭고 때로는 날아갈 듯 청아하게, 여운을 남기는 연기를 한다. 그러나 연약한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빠르고 파워풀하며, 내면의 강한 의지를 느끼게 하는 스케이팅이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라우라 레피스토라는 선수를 좋아하는, 그리고 그녀가 많은 피겨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유로에서 우승했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그녀가 늘 포디움에 설 수는 없다해도, 레피스토다운 스케이팅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사람들은 꼭 우승자의 연기를 보기 위해 피겨 경기를 보는 것은 아니다. 라우라와 같이, 최고의 자리는 아닐지라도 성실하고 개성있는 스케이팅을 보여주는 선수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09/01/25 10:06 2009/01/25 10:06

그 두 사람은 다시 만났을까.
엔딩씬을 보며 생각했다.
소울메이트 두 사람은 다시 만났을까.
아마도 만났겠지. 꼭 드라마라서가 아니라 때로 그런 우연이 있기도 하니까.
그리고 우연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한쪽의 의지만 있어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게 요즘의 세상이니까.
(미니홈피만 잘 파도 웬만큼은 다 만날 수 있다;)

그러고보면 운명보다 더 중요한 건 운명에 대한 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확신에서 나오는 의지일까.

사랑은 변하지 않을까?
마음의 문제는 정답이란 게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때로 자신의 의지를 초월한 존재가
대신 결정의 계기를 던져주길 바란다.
이건 운명이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런 말들로 마음 속의 불안, 혹은 가책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렇다면 극중 대사에서 나오듯이 '운명이란 편하게 사랑하기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기적인 환상'이 맞을지도 모른다.

<소울메이트>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운명적인 사랑이 존재할까?'가 아니라
'왜 사랑이 변하는 걸 인정할 수 없을까?'였다.
'운명이 정해준 소울메이트의 만남'도 현실 속으로 오면 '남의 애인 가로채기',
'결혼 앞두고 여친 선배와 바람나기'라는 불륜틱한 문구로 변색해버린다.
물론 사랑이 '어제는 떡볶이가 좋았는데 오늘은 순대가 좋아졌다'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닐테지만.

'지금까지 했던 사랑한다는 말은 다 거짓입니까?'

이 말에는 '사랑은 변하는 게 아니잖아욧!'이라는 강한 항의가 들어있다.
정답은 '그 말도 진심이었지만 지금은 맘이 바뀌었어요'가 와야될 것 같지만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 때문인지
한번도 이런 대답이 나오는 건 못 봤다.

인간이란 존재가 태어나 딱 한번만 사랑하는 걸로
처음부터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 삶의 과정 속에서는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기도 하고
영원을 맹세했다가 하루 아침에 변하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죽을만큼 아픈 기억도 언젠가는 잊혀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변치 않는 사랑을 할 수 있을만큼 인간은 강한 존재가 아니다.
사랑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 운명의 소울메이트가 어딘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보다
더 환타지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면 연애라는 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사랑의 비영속성을 학습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아,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 얘기가 아닌데.
운명적인 사랑을 얘기하는 이 드라마에서
거꾸로 사랑의 비영속성에 대해 고찰하게 되다니.

어쨌든 해피엔딩
모르긴 몰라도...

아마 유진이는 이별의 아픔을 이겨냈을 것이다.
아마 수경&동욱은 일본에서 재회했을 것이다.
운명 혹은 사람의 의지로.

끝은 알 수 없어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해피엔딩.
2006/06/10 14:55 2006/06/10 14:55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 3,
소문대로 재미있었다.

. 미션 임파서블이 3편까지 나올 줄이야.
1편은 극장에서 보았고, 2편은 영 아니다라는 주변 얘기에 보지 않았다.
시리즈물이 그렇듯 후속편으로 갈수록 재미가 없어지는 게 보통.
게다가 요즘 '부시보다 인기 없다'는 톰 크루즈다.
당연히 3편은 기대도 안 했고 볼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시사회를 다녀온 이의 말이 한 마디로 '무지무지 재밌다!'는 것이다.
그럼 속는 셈치고?하여 심야상영을 보러갔다.

이거 정말....진짜 재밌는 거다. 상영시간이 짧은 편은 아닌데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1분도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이름 그대로 '액션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계속 '아니, 이것은...?!!'이란 시트콤에서나 나올 만한
대사를 속으로 읊었다.
이건.....미션 임파서블의 탈을 쓴 '앨리어스'였던 것이다!

. 낙관을 찍듯이...
3편의 감독이 미국 인기 드라마 시리즈 제작자 JJ.에이브람스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은
이전에 포털사이트 뉴스에서 접한 바 있다.
이 사람이 제작한 드라마들,
'펠리시티'부터 시작해서 '앨리어스', 최근의 히트작 '로스트'까지 모두 재밌게 보았고
또 챙겨보고 있지만 왠지 영화라니 좀 역부족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TV 드라마는 아무래도 영화보단 좀 떨어진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TV 최고의 액션 드라마
'앨리어스'를 5시즌까지 끌고 온 JJ.에이브람스다.

TV라 해도 뭔가 뽀대가 다른 초특급 액숑 드라마~ '앨리어스'.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척'이라고 혹자는 말했다)하는 광대한 스케일,
전 시즌을 관통하는 '램발디'로 대표되는 미스테리 사슬,
드래곤볼도 아닌데 시즌이 지날 수록 전투레벨이 상승하는 악당들,
거기다 제니퍼 가너의 무시무시한 액션까지...
(시즌2까지는 감히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앨리어스'를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했다고 강력히 사료된다)
JJ.에이브람스는 환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톰의 선택;은 탁월했던 것이다.

그런데, JJ.에이브람스는 '앨리어스'를 본 사람이면 누구든지 '아아...'하는
데자뷰를 느낄만큼 유사한 코드를 많이 깔아놓았다.
마치 '이건 내가 만들었지롱~'하고 낙관을 찍듯이 말이다.

. 시드니는 왜 안 나오는 거야?
전편에서도 전 세계가 무대이긴 했다.
그러나 이렇게 1분도 안 쉬고 여기저기로 미친 듯이 뛰어다니진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이 달린 미션 하에 달리고 또 달리는 톰을 보니
몇십 분안에 전 세계 어디든 어떤 미션이든 해치우고 마는 시드니가 생각 안 날 수가 없다.

또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은행 지하에 숨어 있는
비밀정보부 IMF의 조직 내부는 아무래도 앨리어스의 SD6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았지만, 센터의 기술담당 캐릭터는
앨리어스의 괴짜이자 천재 기술자 '마샬'의 '일반인 버전'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끝까지 '토끼발'의 정체를 얘기해주지 않는 얄미움은
등장부터 ?이더니 결국 ??????로 끝났던 램발디 미스테리에 다름 아니다.
(결국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JJ.에이브람스에 낚였다는 얘기.
이 사람 '맥거핀 효과'를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로스트'의 괴물도, 섬의 정체도 점점 의심스럽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화 전체의 갈등요소인,
비밀 정보요원 '나'의 일상에 엮여
불운을 당하게 되는, 내가 사랑하는 '일반인'이라는 주제가 그렇다.

나를 그저 평범한 사회인으로만 알고 있는 '착하고 순수한 나의 연인',
그 연인이 나의 '진짜 세계'에 휘말려 불운을 당하게 된다.
과연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구한다 해도 내 진짜 모습을 받아들여 줄 것인가.

앨리어스 시즌 1 초반부에서 시드니가 놓였던 상황과 같다.
결국 시드니는 조직에 의해 일반인 약혼자가 희생되는 상황을 맞고
그 사건을 계기로 거대한 스토리가 시작된다.

이쯤되니 영화 속의 톰 크루즈 위에 제니퍼 가너가 겹쳐지기 시작했다.
이거 왠지 시드니가 등장해야 할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시드니가 한 번쯤 등장했다면 좋았으련만....임산부에게는 역시 무리였겠지.

. 이랬거나 저랬거나
'다빈치코드'라는 복병이 숨어있기는 하지만
2006년 최고의 액션영화가 될 것으로 보이는 '미션 임파서블 3'.
재밌다. 정말 재밌다.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거워할만큼 카메오도 여럿 나온다.

금번의 인기를 볼 때 4편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로 보인다.
4편도 JJ.에이브람스가 제작하게 될까.

그렇다면, 그렇다면-

위에 하나 빠뜨린 것이 있다.
'앨리어스'의 가장 큰 특징은....

죽어도 죽어도 (재계약만 하면) 다시 살아나는 등장인물이다!!!


* 이쯤에서 (안 맞춰도 되는) 퀴즈.
이와 같이 '미션 임파서블 3'의 탈을 쓴 '앨리어스 극장판'이 나온 내막은?

가설 1. '내 사랑 앨리어스'
톰 크루즈는 알고보니 앨리어스 광팬.
'똑같이 만들어줘요!' 고객의 주문에 따른 제작이었을 뿐...

가설 2. '금쪽같은 내 새끼'
  '자식 같은 내 드라마 중에 앨리어스가 제일 사랑스러워.'
시즌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인기(시즌 5는 아무도 안 본다는 얘기까지;;)에
울분을 느낀 JJ.에이브람스가 '미션 임파서블'을 만드는 척 하면서
사실은 극장판 '앨리어스'를 만들었다.

가설 3.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원래 '미션 임파서블'은 80년대 인기 드라마 시리즈가 원작.
위장된 신분으로 매번 불가능할 것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비밀요원의 스토리는
엄연히 '미션 임파서블'쪽이 원조다!
그걸로 따지면 '앨리어스'가 오히려 '미션 임파서블'의 구조를 따왔다고 할 수도.

...The Truth is out there.
2006/05/13 16:15 2006/05/13 16:15

궁....재밌다;;;

本人의 趣向/보았다 2006/02/26 22:58 by 더블레인
지난 주부터 갑자기 '궁'에 빠졌다.
재밌다ㅠㅠㅠㅠ

이럴 수가!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저런 거 왜 만드냐!
마구 성토했던 내가 아닌가.
이런 급격한 변화는...흠, 창피하군.

좌우당간(?) 잘 만든 드라마다.
뭣보다 OST가 예술이다.
화면 땟갈은 말할 것도 없고.
연기는....그 정도면 뭐.

이쯤 해두자.

근데 이번 주 수요일은 왜 안 하냐고!!
2006/02/26 22:58 2006/02/26 22:58
TAG ,

요즘 일본 사극 "大奧" 3기 <華の亂>을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2기 <권력의 시작>편을 참 재미있게 봤는데,
왠지 3기는 별로 흥미가 일지 않아 안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오오쿠는,
1기 여주인공 칸노 미호, 2기 세토 아사카
그리고 조연들까지 나름 쟁쟁한 미모들이었는데.
3기 캐스팅을 보니 주연은 암만 봐도 평범해보이는 우치야마 리나라고 하지,
이외에도 정실 역을 맡은 후지와라 노리카 제외하곤 다들 모르는 분이다.
(배역 사진을 보니 눈썹이 없는 웬 무서운 분도 계셨다.
밑의 설명을 보니 그 분은 오덴 사마. 당대의 최고 미모란다. 어이없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까지 오오쿠를 여주인공의 미모 구경하는 맛에 보았던 듯.

그런 관계로 안 보고 있다가 어느 날 하도 심심해서 1화를 구해 보고는...
흠, 히트 사극 오오쿠의 포스를 다시 한번 느꼈달까.

사실 3기는 확실히 1, 2기에 비해 전체적으로 좀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굳이 등장인물들의 미모를 따질 것 없이 전반적으로 어딘지 허술한 듯한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오오쿠'라는 폐쇄된 특수공간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권력, 욕망의 추한 아귀다툼은
허술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흡인력과 긴장감이 있다.

게다가 이 3기의 권력중심에 있는 쇼군은,
희대의 폭군 '개 쇼군'이라고 불릴만큼 어이없는 작자인지라
그를 가운데 둔 여인들의 아귀다툼은 더욱 비극적이고 처절하게 비친다.

그리고 주인공 야스코 역의 우치야마 리나.
확실히 평범하다. 1화 첫 등장씬을 보았을 때 그런대로 무난하다 싶었지만
역시 확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극이 전개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여전히 평범하지만 어딘지 그 속에 뭔가가 있다.
우치야마 리나가 맡은 역은 역대 오오쿠의 여주인공이 그랬듯
자신의 의지와는 관련없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원치않은 권력 암투에 떨어지는 인물이다.
사실 그 '운명'으로 따지면 1,2기의 여주인공은 그나마 행복한 편이라고 비칠만큼 처절하다.
그 처절한 운명을 온몸으로 감내해야하는 어려운 역인데
극단적인 상황을 오가는 연기가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슬픔,
여린 듯 하면서도 극한으로 몰아붙여질 때 발산하는 강단도 퍽 괜찮다.
무엇보다 엔딩 타이틀에서 벚꽃 아래 아련하게 서 있는 모습이 참 '일본스럽게' 예뻤다.

그리고 정실 역 후지와라 노리카.
겉으로는 우아하고 점잖지만 내면에는 누구보다도 격렬한 욕망과 애증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후지와라 노리카, 이전에 프로필에서 보기에 꽃꽂이나 기모노입기 같은 일본 전통에 능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몸짓이나 말씨가 남다르다는 느낌이다.
사실 그녀의 평소 이미지가 섹시한 여자 캐릭터가 강해서
정실 역이라는 게 좀 안 맞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참 '정실답다'.
확실히 측실들과 다른 포스가 느껴진다고 할까. 멋지다.

게다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개 쇼군'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는
후안무치의 절정, 5대 쇼군도 참 흥미롭다.
어머니와 딸을 차례로 범하는 무신경도 그렇거니와
동했다 하면 온갖 여자를 다 취하는 난잡함.
등장하는 웬만한 여자는 어김없이 차례로 다....참, 대단하십니다.

나를 놀라게 만들었던 민눈썹, 거무스름한 이빨의 '당대 최고의 미모'
오덴 사마의 얼굴에도 조금은 덤덤해졌다.
'겐지모노가타리'에서 겐지가 무라사키를 보고
'요즘 유행'대로 눈썹을 밀고 이빨을 검게 물들여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대목이 있다.
그때는 언뜻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이제 오덴 사마를 보고 어떤 모습인지 확실히 알았다.
그러고 보면 오덴은 가장 고증에 충실한 인물이 되는 셈인가.
시대에 따라 미에 대한 인식은 바뀐다지만 옛날 일본인의 미 의식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회를 거듭할수록 격렬한 대립과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전개.
3기 오오쿠, 재밌다.
시이나 링고 밴드 '도쿄지헨'의 엔딩곡 '아수라장'도 최고.
2005/11/20 02:52 2005/11/20 02:52

[영화] '오로라 공주'

本人의 趣向/보았다 2005/10/22 00:15 by 더블레인


어제 드림시네마에서 있었던
'오로라 공주' 시사회에 다녀왔다.
그저께 기자 시사회 평점이 나온 걸 보았을 때는
꽤 괜찮은가 싶었는데.

흠, 막상 보고보니...

이 영화, 참 열심히 찍었구나 싶다.
배우들도 참 열심히 연기한다.

(스포일러는 없으나...)

2005/10/22 00:15 2005/10/22 00:15
...경험이란 참 중요한 거구나.

엉뚱하게도(?) 드라마 "장미빛 인생"의 최진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믿었던 남편에게 졸지에 '네가 싫어 죽겠으니 이혼하자'
라는 말을 들은 여자의 표정.

그런 남편이 웬 젊은 년;을 끌어안고
'사랑한다' '너 밖에 없다'를 외치고,
그 남편을 향해 젊은 년의 입에서 나온 '여보' 소리를
들은 여자의 표정.

손은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리고
쏟아지는 오열을 틀어 막는 그 표정이 참 찡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우리 나라에서 내내 인기 짱이었던 '진실 언니'.
꽤나 많은 드라마에서 봐 왔으나,
그 '진실 언니'의 연기가 내 마음을 움직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생의 단 맛 그리고 쓴 맛.
그 쓴 맛이 배우의 연기에 진정성을 더해줬으니
나름 나쁘지는 않구나...라고 한다면
한 개인의 불행을 너무 가볍게 말하는 것이겠지.

어쨌든 앞으로 '진실 언니'의 열연을 기대한다.
비록 뻔하고 상투적인 내용일지라도
삶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연기를 보여주길
한 때의 팬심으로 바래본다.


* 이럴 때 드라마 장면 캡춰라도 척 붙여주면 좋을텐데
......없구나-_-
2005/08/26 01:29 2005/08/26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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